50년 전 AI가 의사 뺨쳤다고? 챗GPT 조상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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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4 11:00

기사 3줄 요약
- 1 1960~70년대 AI, 화학 분석·의료 진단 도전
- 2 덴드랄·마이신, 전문가 지식 활용 문제 해결 시도
- 3 현대 AI 지식 표현·추론 방식의 기초 마련
요즘 챗GPT 같은 인공지능(AI)이 세상을 바꾸고 있지만, 사실 AI의 역사는 꽤 오래됐습니다. 무려 50여 년 전에도 특정 분야에서는 전문가 뺨치는 실력을 보여준 AI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덴드랄(Dendral)’과 ‘마이신(MYCIN)’이라는 전설적인 AI 시스템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AI가 단순한 이론을 넘어 실제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 보여주며, 오늘날 AI 기술 발전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화학 천재 AI 덴드랄, 어떻게 분자 구조를 맞혔을까?
1960년대, 스탠퍼드 대학교의 에드워드 파이겐바움 교수(‘전문가 시스템의 아버지’로 불림)와 노벨상 수상자인 조슈아 레더버그는 덴드랄이라는 AI를 개발했습니다. 덴드랄의 임무는 복잡한 화학 분석 데이터(질량 분석 데이터)를 보고 어떤 화학 물질인지 그 구조를 알아맞히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수많은 레고 조각으로 가능한 모든 모양을 만들어보는 것처럼, 원자들이 결합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이걸 ‘조합 폭발’이라고 하는데, 덴드랄은 화학 지식(원자가 어떻게 결합하는지 등)을 규칙으로 만들어 불가능한 구조들을 미리 제외했습니다. 그리고 ‘휴리스틱 탐색’이라는 똑똑한 추측 방법으로 정답일 가능성이 높은 구조부터 탐색해서 효율적으로 답을 찾아냈습니다. 더 나아가 ‘메타-덴드랄’은 스스로 새로운 화학 규칙을 학습하려고 시도했습니다. 비록 당시 컴퓨터 성능의 한계로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기계가 스스로 지식을 배우는 ‘머신러닝’ 연구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파이겐바움 교수는 여기서 중요한 ‘지식 원리’를 주장했습니다. AI가 똑똑해지려면 단순히 똑똑한 생각 방법(알고리즘)만 필요한 게 아니라, 특정 분야에 대한 ‘깊고 풍부한 지식’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덴드랄의 성공은 이 원리가 옳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의사 보조 AI 마이신, 감염병 진단까지?
1970년대 중반에는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에드워드 쇼트리프 등이 마이신이라는 또 다른 놀라운 AI를 개발했습니다. 마이신은 의사가 세균 감염병 환자를 진단하고 적절한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을 돕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마이신은 마치 실제 의사처럼 환자의 증상, 병력, 검사 결과 등에 대해 질문하며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자신이 왜 그런 진단을 내렸는지 그 이유를 단계별로 설명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런 증상이 있고 저런 검사 결과가 나왔으니, 이러이러한 규칙에 따라 아무개 병일 확률이 높습니다’라고 설명해주니 의사들이 믿고 참고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의학 진단에는 항상 불확실성이 따르는데, 마이신은 ‘확신도(Certainty Factor)’라는 개념을 사용해 이를 처리했습니다. 예를 들어 ‘70% 확신’ 같은 방식으로 데이터나 규칙의 신뢰도를 표현하고 계산했습니다. 마이신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생각하는 방법(추론 엔진)’과 ‘아는 정보(지식 기반)’를 명확히 분리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니 의학 지식만 업데이트하면 생각하는 방식은 그대로 쓸 수 있었고, 반대로 생각하는 방식만 두고 지식만 다른 분야(예: 폐 질환 진단)로 바꾸면 새로운 전문가 AI를 만들기 쉬워졌습니다.AI의 레고 블록, EMYCIN의 등장
마이신에서 의학 지식을 쏙 빼고 ‘생각하는 틀’만 남긴 것을 ‘EMYCIN(Empty MYCIN, 빈 마이신)’이라고 불렀습니다. 이건 마치 AI를 만드는 레고 블록 세트 같아서, 개발자들은 여기에 원하는 분야의 지식만 채워 넣으면 새로운 전문가 AI를 훨씬 빠르고 쉽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EMYCIN을 이용해 폐 기능 검사 결과를 해석하는 ‘PUFF’ 같은 다른 성공적인 전문가 시스템들이 탄생했습니다. 덕분에 전문가 시스템이라는 AI 기술이 다양한 분야로 퍼져나갈 수 있었습니다.똑똑해도 병원에선 못 쓴 이유?
하지만 놀랍게도 마이신은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실제 병원에서 환자 진료에 사용되지는 못했습니다. 여기에는 기술적인 문제 외에도 윤리적, 법적인 고민이 많았습니다. 만약 AI가 오진하거나 잘못된 치료법을 추천해서 환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누구 책임일까요? 개발자? 의사? 병원? AI를 완전히 믿고 중요한 의료 결정을 맡길 수 있을까요? 이런 복잡한 문제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고민은 AI가 점점 더 발전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하게 남아있습니다.덴드랄과 마이신, 현대 AI의 씨앗이 되다
덴드랄과 마이신은 특정 분야의 지식을 활용하는 AI(상징적 AI)가 실제로 유용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AI 연구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들이 남긴 유산은 현대 AI 기술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예를 들어 AI가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활용하는 방법(지식 표현 기술),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능력(추론 및 설명 가능성), AI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설계하고 관리하는 방식(전문가 시스템 아키텍처) 등은 모두 덴드랄과 마이신의 연구에서 발전된 개념들입니다. 물론 요즘 AI는 덴드랄, 마이신 같은 규칙 기반 방식 외에도 빅데이터를 학습하는 머신러닝, 딥러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식을 활용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설명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덴드랄과 마이신의 이야기는 AI 개발이 단순히 기술력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윤리적, 사회적 책임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인간적인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과거 선구자들의 지혜를 바탕으로 더 똑똑하면서도 신뢰할 수 있고 인간의 가치와 함께하는 AI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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